호수 위의 시네마 천국 - 항저우(杭州), 인상서호(印象西湖)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의 도시를 보면 비슷한 도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도시 특성이 비교하면

 

서울과 베이징은 가장 나중에 수도로 정해져서 지금까지 수도라는 공통점과 각각 그 나라의 정치, 경제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한국의 경주처럼 천년고도라면 어디가 될까? 조금씩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난징과 시안을 꼽는다.

중국 남쪽의 수도라는 뜻의 난징과 "장안의 화제"라는 문구의 근원인 장안의 현재 이름인 시안

모두 천년고도라는 말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도시이다.

 

그럼 3국통일에서 패해서 사라진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당시 사비(泗沘)성)와 유사한 중국의 도시는 어디일까?

나는 항저우(杭州)를 꼽는다.

 

한때는 아시아의 최강자였던 송나라가 금나라에게 밀려서나서 남쪽으로 옮긴 수도였던 임안(临安)이 지금의 항저우이다.

마치 한강유역을 지배하던 백제가 신라와 고구려에게 밀려서 남쪽으로 옮긴 수도가 사비성인것처럼

 

그리고 비록 군사력에서는 밀렸지만 문화적으로는 그 어떤 주변나라보다는 강력했던 백제와 남송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항저우는 남송이 수도로 삼은 것에서 보듯이 당시에 이 지역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오래전부터 중국의 동남쪽 지역의 최대 도시였다. 길게는 삼국시대의 오(吳)나라의 주무대도 이 지역이다.

그리고 남송이 멸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남쪽 지방의 대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또 한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중국 무협지의 단골무대도 이 근방에 매우 많다.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上有天堂 下有苏杭"

뜻은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苏州)와 항저우(杭州)가 있다." 이런 뜻이다.

하늘의 천당과 비교할 만큼 살기 좋은게 쑤저우와 항저우라는 소리이다.

 

이제 오늘 이야기하려는 메인 주제인 인상서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우선 인상서호에서 서호가 뭔지부터 알아보자

서호는 말그대로 서쪽의 호수이다.

항저우 지도를 보면 항저우 시 서쪽에 크게 자리 잡은 호수이다.

 

호수에 보면 호수 위로 제방이 크게 2개가 있다.

하나는 소동파가 만든 소제(苏堤)이고 다른 하나는 백거이(白居易)가 만든 백제(白堤)이다.

소동파, 우리가 교과서에서 자주 본 그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맞다.

백거이도 소동파만큼은 아니지만 교과서에 종종 나오는 이름이다.

소동파 동상(좌) 백거이 초상(우)

 

두 명다 항저우의 지방행정관을 맡았던 사람들이고 둘 다 백성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서 칭송이 자자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동파는 요즘으로 치면 먹방 시인이었다. 그 유명한 동파육(東坡肉)의 창시자이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서호의 유명한 동파육 맛집인 루와이루(楼外楼)에서 먹는 동파육 세트이다.

이 식당은 무려 Since 1848!!! 100년이 넘은 식당이다.

서호의 루외루에서 먹은 동파육 세트

서호의 유명 동파육 맛집인 루외루

 

이 서호를 배경으로 만든 무대공연이 인상서호이다.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흔히 소설속의 배경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로 공연의 배경이 서호이다.

 

인상서호는 중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장예모가 만든 인상시리즈 중에서 3번째이다.

인상시리즈는 중국의 자연을 무대배경으로 사용하는 야외 공연시리즈로 중국의 전통과 자연미를 최대한 볼 수 있게 만들며 현재까지 총 6개의 무대가 만들어져 지금도 공연 중이다.

첫 번째는 계림 양수오에 막을 연 인상 유삼저(印象劉三姐)
두 번째는 운남성 리쟝 옥룡설산의 인상여강(印象麗江)
세 번째는 항주에 있는 서호에 인상서호(印象西湖)
네 번째는 해남도 바닷가의 인상해남도(印象海南島)
다섯 번째는 무의 무이산의 인상대홍포(印象大紅袍)
여섯 번째는 중경 무륭의 인상무륭(印象武隆)

 

인상시리즈의 특징은 엄청난 인해전술이다. 한 무대에 출연진이 4~5백명씩 된다.

그리고 그 출연진은 모두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로 충원을 한다.(일종의 지역 채용사업)

 

이 중에서 인상서호는 서호에서 전해 내려오는 중국의 고대 설화 중에서 백사, 청사 전설을 모티브로 한다.

백사, 청사 전설이 뭔지는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를 보면 된다.(여주인공이 예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상서호가 공연하는 항저우에서 G20회의를 할때 이 공연에 중국뽕이 들어가는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공연을 볼때는 그 부분은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된다.

 

말이 길었다. 이제 공연을 보자

참고로 이 공연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은 허용이 되어 있다.

 

 

아래는 공연 영상을 짧게 편집한 영상이다.

 

 

혹시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공연을 볼 경우 야외라서 춥다.

그럴때는 입구에서 차를 사서 들어가면 좋다. 이유는 아래 사진처럼 캔으로 만들어주는데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핫팩이 된다.

아 그리고 인상서호 공연을 보기 전에 잠시 시간이 남으면 매표소 바로 길건너편에 있는 악비묘에 들려보면 꽤 볼만하다.

악비(岳飞, 岳飛)가 누군지 쓰려면 블로그 한편을 더 써야 하니 직접 찾아보시면 좋겠다.